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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식물 본뜬 나노기술, 치약에도 쓰인다고요? [정길호 박사의 재미있는 ICT]

입력 : 
2023-07-13 16: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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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보통신기술(ICT)은 단순히 하나의 학문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콘텐츠기술(CT)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중 나노기술은 분자나 원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물질을 인공 조작해 또 다른 성질의 물질이나 장치를 만드는 기술이다. '나노'는 자연과 친숙하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힌트는 나노기술에 접목되고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최첨단 나노기술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나노기술이란 무엇인가?

나노(Nano) 기술은 수백 나노미터(㎚), 즉 10억분의 1미터(m) 크기 수준의 분자나 원자를 주 대상으로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를 대상으로 하기에 초미세 기술이라 부른다. 일찍이 미국과 유럽에서는 나노기술을 'NBIC융합', 즉 맨 처음에 나노인 N을 두며 중시했다. NBIC란 NT·BT·IT·CS(인지과학) 등을 의미한다.

나노기술은 신기하게도 자연의 동식물을 본떠 만든 게 많다. 최근 100년간 발명된 기술 중에는 자연을 바탕으로 모습을 흉내 낸 기술이 많다. 자연의 시스템을 면밀히 관찰하여 인류에게 유익한 새로운 영감을 얻는 것이다.

이처럼 나노기술은 그동안 불편했고 비효율적이었던 요소들을 찾아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질을 높여주고 있다. 재료뿐만 아니라 만들어지는 공정 자체도 나노미터(㎚) 수준으로 모양을 만들어야 하며 소자 또한 나노 수준에서 발현되는 특수한 효과를 응용한다.

나노기술이 초미세 크기 수준이다 보니 작아지면서 물리적·화학적 특성에 변화를 가져온다. 예컨대 기존 재료보다 작아짐으로써 소자의 작동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지고 전기전도도 특성이 좋아지며 센서도 훨씬 더 민감해진다. 아울러 작은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대폭 커진다는 점도 특성 중 하나이다.





동식물로부터 얻은 영감이 소중한 기술로

나노기술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생체모방에서 새로운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벌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 어류의 유영하는 행위, 새들의 날갯짓 등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공학적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고 생존 기술의 비법을 발견하며 자연으로부터 얻은 지식으로 인류에게 큰 선물을 주고 있다.

'나노 벌새 로봇'은 하늘을 나는 벌새에서 착안됐다. 본 로봇은 처음부터 군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크기가 매우 작은 생체모방로봇이다.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거나 전후좌우로 날 수도 있고 카메라를 붙여 영상 촬영 후 전송도 가능하다.

고양이의 눈을 본떠 만든 도로표지용 리플렉터(Retro-Reflector), 도마뱀의 발가락을 흉내 내 만든 로봇, 새처럼 비행하도록 만든 스마트버드(SmartBird), 반딧불이 배의 나노구조를 연구해 효율성 높게 만든 LED 기술, 홍합이 바위에 붙어 있는 원리를 이용해 만든 접착제 등 모든 기술은 나노기술이 접목되어 개발된 것이다.

식물에서 모방도 흥미롭다. 연잎의 물방울 움직임을 잘 관찰해 적용했더니 방수복과 자동차 유리가 탄생했다. 들판에 자라는 '가시도꼬마리'라는 한해살이풀은 가시가 유명하다. 가시에서 아이디어를 내어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접착포(Velcro)가 만들어졌다.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의 마법

최근 연구진은 나노 소재의 대표적 물질인 탄소나노튜브(CNT)와 그래핀에 꽂혀 있다. CNT와 그래핀은 모두 전도성 나노소재라는 특징이 있다. 전기가 구리처럼 아주 잘 흐르고 통한다는 의미다. 두 소재 모두 탄소를 기반으로 해 단단하지만 흑연보다 전기가 잘 통한다. 같은 탄소를 기반으로 구성되었지만 다이아몬드와 특징이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이렇게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특성을 기반으로 '휘는 디스플레이'도 탄생할 수 있었다.

CNT는 하나의 탄소 원자가 3개의 다른 탄소 원자와 결합되어 있고, 육각형 벌집무늬 형태이다. 튜브의 반지름은 역시 ㎚ 수준이다. 강철보다 100배 더 강하나 무게는 4배 이상 덜 나간다. 우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이용되는 와이어에도 CNT가 적용된다. CNT는 야구배트, 골프채 등 스포츠 용품과 자동차 부품 등에도 많이 쓰인다.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라 불린다. 탄소 원자들이 모여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루는 물질로 유연하고 전기가 잘 통하며 강도도 높은 차세대 소재이다. 연필심의 주재료인 흑연의 한 층 두께인 0.3㎚ 수준을 떼어내 쌓아 만든다. 소재의 특성을 이용하게 되면 전자파를 차단하는 차폐 소재로 변한다. 아울러 그래핀을 이용하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보다 투명하고 화질도 개선되며 휠 수 있는 전극으로 개발할 수 있다.



생활 속 ICT+ 나노기술

나노기술의 활용 사례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많이 보인다. 가정 내 공기청정기나 살균제, 합성유리 등이 대표적이다. 상용화된 제품으로는 항염제, 치약, 화장품 등이 있다. 섬유 분야에서는 주름방지 특수 섬유나 통기성 방수제품, 아크릴 실크양말 등이 해당된다. 나노케어 셔츠 등도 생산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화상환자용 은나노 연고, 자외선차단제, 보온제 등에 널리 쓰이고, 시중에는 혈액검사기, 캡슐내시경, 진단장비 등이 있다. ICT에서도 OLED 카메라, 낸드 플래시 메모리 등에 사용된다. 판매되고 있는 품목으로는 2차전지, 소자, 투명 LED 등이 있다.

최근 나노기술과 관련해서는 사람과 밀접한 전자피부, 근골격·심혈관 등 의료 분야, 로봇 등이 눈에 띈다. 먼저 로봇 그리퍼(Gripper) 는 사람의 손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지능적으로 물건을 구분하여 잡을 수 있는 기술이다. 보다 기술이 발전되면 향후 의족이나 의수는 물론,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팜 등 자동화 라인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근골격 모니터링 센서 기술은 근육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해서 사용자의 근활성도와 근피로도를 알 수 있다. 향후 본 기술은 스포츠웨어 등 웨어러블 스포츠 기기로 개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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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호 ETRI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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